[스크랩] 815 혜화 연행자 2차공판 변론 요지서
어제 19일, 작년 8월 15일 연행되어 혜화경찰서에 수감됐던 저와 젠틀맨님과 흑사단 2명과 강철무지개, 폭탄주 등 6인의 2차공판이 서울 중앙지법에서 있었습니다.
저는 무죄취지의 주장으로 증인신청을 하여 7월에 세번째 공판이 있으며, 같이 재판 받은 5명은 헌법재판소 결과 이후로 재판이 무기한 연기되었습니다.
저는 판사가 세번째 공판까지 보류신청하여 7월 공판에서 무죄가 내려지면 사건 종결되거나 검사가 항소할 가능성도 있으나, 한번 더 기회를 갖는 의미만 챙기고 헌재 결정이후로 재판 무기한 연기 가능성이 큽니다.
어제 장문의 변론요지서를 작성하여 변론하신 민변 권정호 변호사님의 수고에 감사를 드립니다.
(변론요지서의 실명을 그대로 올리거나 닉으로 고쳐 올리려 했으나, 인터넷공간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여 XXX식으로 바꿨으니 양해바랍니다)
2008고정1301 일반교통방해등
변론요지서
피고인 XXX 외 5
피고인의 변호인 법무법인 산하
담당변호사 권 정 호
서울중앙지방법원 제 17 형사단독 귀중
변론요지서
사 건 2008고정1301 일반교통방해등
피고인 XXX 외 5
위 사건에 관하여 피고인의 변호인은 다음과 같이 변론합니다.
다 음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에 대한 본건 공소사실은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라 함)는 2008. 8. 15. 19:20경부터 같은 날 20:10경까지 서울 중구 태평로에 있는 한국은행 앞 로터리, 소공로, 롯데백화점, 명동일대에서 도로를 점거한 채 최대 5,500여면이 참가한 가운데 성명불상인의 사회와 집회참가자들의 자유발언 등으로 촛불집회를 진행하였는데, 그 후 위 집회참가자 5,500여명은 8. 15. 20:10경부터 다음 날 06:00경까지 종로, 을지로, 퇴계로, 명동성당 일대 전차로를 점거하고, 구호를 제창하며 행진하는 등으로 밤샘 가두시위를 하였는바, 피고인들은 이에 합세하여 8. 15. 21:10경 서울 중구 소공동에 있는 롯데백화점 앞 도로에서 현행범인 체포될 때까지 다른 시위대와 함께 도로를 점거하는 방법으로 시위에 참가함으로써 일몰후 옥외시위에 그 정을 알고 참가하였고, 다른 시위 참가자들과 공모공동하여 롯데백화점 일대의 차량소통을 불가능케 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피고인들은 2008. 8. 15. 밤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앞 도로상에서 개최된 8.15 100차 촛불집회에 참가하고 다른 시위자들과 함께 롯데백화점 일대의 차량소통을 불가능케 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2. 이 사건의 경위(야간 옥외시위 참가 및 일반교통방해 혐의의 부당성)
가. 피고인 EEE은 사건 당일 오후 2시 탑골공원에서 열린 광복절 집회에 참석하였는데, 위 광복절 행사가 끝나고 탑골공원 내에 전시된 위안부 관련 사진전을 관람하며 오후에 계속 공원에서 놀다가 오후 7시경 탑골공원을 지나가는 사람들로부터 “한국은행 부근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라는 말을 듣고 인도를 따라갔는바, 피고인이 한국은행 부근 인도에 다다르니 한국은행 앞에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들이 서로 대치하고 있었고, 차도는 이미 경찰에 의해 차량통행이 차단되어 차는 거리에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피고인은 인도에서 이를 구경하며 휴대폰으로 다른 사람과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경찰이 쏜 물대포 세례를 받았고, 그 순간 돌아서 보니 전경들이 시위대 1명을 빙 둘러싸고 마구 폭행하려 하였는바, 피고인이 인도에서 달려 들어가 경찰을 몸으로 막으며 “때리지 말라”고 항의하다가 채 1분도 안되어 경찰에 체포된 것입니다.
나. 피고인 ZZZ, XXX은 인터넷마블에 있는 ‘서든어텍’ 게임 동호회원들의 친목단체인 ‘흑사단’ 회원들바, 이 사건 당일 오후 1시경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서든어텍’ 인터넷동호회 정기모임에 참석하였는데, 이어 오후 4시경 대학로에서 개최된 8.15기념대회에 위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참가하였다가 피고인들을 포함한 동호회 회원 20여명은 마침 회원 1명이 생일이어서 명동에 가서 저녁을 먹고 회원들끼리 PC방에서 서든어텍게임을 하려고 명동 방면으로 인도를 따라 이동하였습니다. 피고인들이 롯데백화점 부근 인도에 이르러 보니 백화점 앞에서 경찰과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서로 대치하고 있었는데, 당연히 차도는 이미 경찰에 의해 차량통행이 완전 차단되어 있었고, 집회참가자와 경찰들 사이의 도로에 넓은 대치공간이 형성되어 있었는바, 당시 경찰이 모든 도로와 지하도 입구의 통행을 봉쇄하여 피고인들을 포함한 동호회 회원들은 저녁 9시경 다른 시민들과 함께 위 대치공간의 도로를 무단횡단하다 갑자기 달려든 경찰에 체포된 것입니다. 피고인들이 체포된 지점은 뒤쪽에 집회하는 사람들과는 100미터 이상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다. 피고인 CCC은 사건 당일 저녁 7시경 종각에서 친구인 MMM를 만나종로2가 골목에서 8시까지 술을 마셨는데, 그 후 귀가하던 길에 촛불집회가 열리던 남대문로 롯데백화점 부근을 지나가게 되어 인도에 서서 이를 구경하였습니다. 밤 9시경 롯데백화점 앞에서 경찰과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대치하고 있었고, 차도는 이미 경찰에 의해 차량통행이 완전 차단되어 거리에는 차 1대를 볼 수가 없었는데, 피고인은 구경하던 중 덩치 큰 7, 8명이 집단으로 나이 어린 사람 1명을 둘러싸고 일종의 헤드락 같은 포즈를 취하고 폭행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는바, 정의감이 발동하여 차도로 한 발자국 내려가 경찰관을 밀면서 “이거 왜 이러시냐. 그러지 마세요”라고 한마디 하다가 바로 체포된 것입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덩치 큰 사람들이 바로 사복경찰이었습니다.
라. 피고인 VVV는 이 사건 당일 저녁 남대문로에서 과거 직장동료인 BBB과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는데, 7시 50분경 한국은행 맞은편에서 BBB을 만나 저녁식사하고 술 한잔 하기로 하였습니다. 피고인과 BBB은 저녁 8시경 한국은행 쪽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호기심에 마침 롯데백화점 앞 도로에서 열리고 있는 촛불집회를 구경하고 있었는데, 도로에는 경찰과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대치하고 있었고, 차도는 이미 경찰에 의해 차량통행이 완전 차단되어 거리에는 차 1대를 발견할 수가 없었습니다. 피고인은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하는 도로공간으로 ‘흑사단’이란 깃발을 들고 검은 옷을 입을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을 목격하였는바, 바로 그 순간 경찰이 이들에게 물대포를 쏘는 것을 보고 피고인은 이를 더 가까이 구경하기 위해 잠시 도로에 내려왔는데, 바로 20-30초 후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된 것입니다.
마. 피고인 NNN은 당일 저넉 6시경 서울 종로 1가 종각의 한 골목길에서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여자친구를 기다리고 있다가 못 온다는 연락을 받고 아무런 계획 없이 인도를 걷고 있었는데, 행인들이 떼지어 인도를 따라 시청방향으로 가길래 호기심에 따라갔습니다. 피고인이 한국은행 부근에 당도해보니 롯데백화점 앞에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들이 서로 대치하고 있었고, 당시 차도는 이미 경찰에 의해 차량통행이 완전 차단되어 차는 거리에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피고인은 9시경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하는 도로공간으로 검은 옷을 입은 20여명의 남녀들이 ‘흑사단’이란 깃발을 들고 지나가는 것을 목격하였는바, 이들은 본 시위대들과는 100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상태였는데, 그런 상황에서 인도에 있던 술 취한 한 남자가 검은 옷의 여자에게 성추행에 가까운 술주정을 하였고, 피고인이 그 취객에게 “그러지 말라”고 말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밀어닥친 경찰에 영문도 모르고 체포된 것입니다.
이상과 같이 피고인들은 이 사건 당일 우연히 롯데백화점 부근 인도를 걷다가 촛불집회를 목격하게 되어 이를 구경하거나, 모든 통로가 막혀 있어 부득불 경찰과 시위대 사이의 대치공간 도로를 무단횡단하거나, 경찰의 시민에 대한 무차별 폭행에 항의하다가 경찰에 체포되었는바, 일몰후 옥외시위에 참가하거나 다른 참가자들과 공모하여 차량소통을 방해한 사실이 전혀 없습니다.
3.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3호, 제10조 위반의 점
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0조의 위헌성
(1) 집시법 제10조는 헌법 제21조 제2항의 집회에 대한 사전허가제 금지규정에 정면으로 반하는 위헌적인 규정입니다.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이 집회의 자유를 가지고 있다고 하여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동조 제2항은 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행 집시법도 집회에 대한 신고제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현행 집시법 제10조는 "누구든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원칙적 금지). 다만, 집회의 성격상 부득이하여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미리 신고한 경우에는 관할경찰관서장은 질서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도 옥외집회를 허용할 수 있다(예외적 허가)."라고 규정하여 야간집회에 대해 명백히 허가제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야간집회이든 주간집회이든 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는 헌법 제21조 제2항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입니다.
(2) 집시법 제10조는 주간의 치열한 생존경쟁으로 오히려 야간에서의 집회의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으나 이러한 시대적 변화와 법 현실에 부응하지 못하고 과거 야간통행금지가 있었던 시기의 법률규정을 고집함으로써 야간 집회 개최 및 참여자와 주간 집회 개최 및 참여자를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위헌적인 조항이라 할 것입니다.
(3) 집시법 제10조는 야간집회를 금지하는 입법방식을 취하더라도 심야시간으로 야간집회금지 시간을 제한하거나 야간집회의 경우에는 심야시간 전에 집회를 종료하게 하고 소음발생의 정도를 주간이 경우보다 더 제한하는 등, 사후적으로 기본권을 제한하는 등의 덜 위헌적인 방법으로 야간의 집회를 주간 집회와 차별하여 규율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야간에는 아예 집회를 금지하고 사전허가제로 운영하도록 하여 그 입법목적에 비하여 지나치게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내용과 방법으로 기본권을 제한하여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고 있습니다.
(4) 집회의 사전허가제를 운영하면서도 관할관청인 경찰서장의 불허가처분 통보기한을 집회개최 예정일 며칠 전으로 제한하는 등 관할관청의 불허가처분에 대하여 불복할 수 있는 구제절차가 마련될 수 있는 장치를 두어야 하나, 이러한 불허가처분 통보기한 등을 두지 않는 등 불복․구제절차의 미비로 관할관청인 경찰서장이 집회개최예정일 1-2시간 전에 불허가처분 통보를 하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사실상 야간집회가 금지되도록 방치하고 있는 현실도 입법부작위의 위헌이란 점에서도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집시법 제10조는 미국, 일본, 영국 및 독일 등 외국의 경우 모두 야간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나라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입법례에 비추어 보아도 지나치게 과잉으로 기본권을 제한함으로써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 위헌적인 조항입니다.
나. 위법성조각사유로서의 정당행위 검토
(1) 가사 검찰의 공소제기가 구성요건해당성을 충족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피고인의 그러한 행위가 형사상 처벌을 받아야 하는 위법한 행위인지에 관하여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합니다. 과연 피고인의 행위가 공동체가 용인할 수 있는 행위의 한계를 넘었냐는 관점에서 정당행위 해당여부에 대한 검토가 그것인바, 다음과 같이 촛불문화제와 뒤이은 시위행위는 정당행위 또는 사회적 상당성 있는 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됩니다.
(2)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에 대한 국민적 의혹과 이에 부응하지 못한 정부의 안일한 협상결과로 인해 촛불문화제는 시작되었고, 정부 스스로도 이를 인정하고 재협상에 나서는 등 전국민적으로 정부에 대한 광범위한 비판의견이 표출로서 촛불문화제에 이르게 된 그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에 대하여는 큰 의문은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혹자에 따라서는 지난 촛불집회가 좌파의 선동이니 대선불복이니 하고 있지만, 적어도 촛불집회가 한국적 시위문화를 열었다는 긍정적 평가가 주류이이고, 이런 방식을 통한 국민의사의 표출이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됩니다.
(3)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관점에서도 적어도 피고인들이 참여한 촛불집회의 경우 폭력을 동원한 의사표시는 아니었고 야간에 집회가 금지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문화제의 형식으로 그리고 평화적으로 진행된 집회는 그 자체로 정치적 의사표현수단으로서의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촛불문화제가 다종다양한 사람들이 다종다양한 내용으로 참여하여 전체적으로 비폭력・평화적으로 진행된 사실과 촛불문화제 이후 가두시위에 있어서도 대책회의가 비폭력・평화원칙에 의하여 진행하려고 노력한 점은 충분히 참작되어야 합니다.
(4)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관점에서 집회 참가자들의 집단적 시위로 교통이 다소간 막히고 집회 현장의 주민이나 상인 등이 다소간 생활의 불편을 겪은 바는 있고, 이러한 부정적 요소가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니겠으나, 그와 대척점에서 촛불집회를 통하여 얻은 긍정적인 바는 더욱 크다고 할 것입니다. 촛불문화제의 전체적인 태양은 평화적으로 그리고 정치적 의사표현을 위한 방안으로 행사되었으며 다른 법익을 근본적으로 훼손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그것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것이기에 더욱 이에 대해 배려해 왔습니다. 결국 촛불문화제는 광우병 쇠고기의 위험을 막고자 하는 국민들의 의사표현의 자유의 일환으로서 법익균형성을 갖추었다고 할 것입니다.
(5) 긴급성과 보충성의 관점에서도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은 수시로 다가오는 선거나 언론을 통한 의사표현의 방식으로 표출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으나, 당시 쇠고기 재협상의 경우 시급한 과제였고, 당시 여론을 통한 의사의 전달이 병행되었다는 점에서 당시의 촛불집회는 부득이한 의사표현의 수단이었고, 그 이외에 적절한 방법이 있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국민들이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이 현실적으로 많이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집회나 시위에 한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란 국가질서의 존엄성을 기초로 한 국민일반의 건전한 도의감을 말한다고 합니다. 적어도 피고인들이 참여한 2008. 8. 15. 촛불집회의 상황을 두고 국민일반의 건전한 도의감에 반한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입니다.
4. 형법 제185조 위반의 점
가. 일반교통방해죄 구성요건의 축소해석 가능성
(1) 일반교통방해죄의 구성요건
제185조 [일반교통방해]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일반교통방해에 해당하려면 육로인 도로를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하여야 합니다. 통상의 집회나 시위에서 도로를 점거하는 경우 손괴나 도로를 불통(유형의 장애물을 가지고 통행을 방해하는 행위)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은 명백하므로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하는 경우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문제됩니다.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함은 적어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는 행위에 준하는 행위라야 합니다. 학계의 다수설은 기타 방법을 포괄적으로 보고 있으나 도로법 및 도로교통법 등 관련 규정의 형량, 보호법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를 축소하여 해석하여야 할 것입니다(이른바 목적론적 축소해석).
(2) 관련규정 및 그 해석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죄는 법정형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교통방해 관련 범죄 중 가장 중한 죄에 해당합니다. 도로법은 도로를 손괴하여 도로의 효용을 해치거나 교통에 위험을 발생시킨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제96조, 이하 동죄를 ‘도로법상 도로손괴죄’로 약칭함) 일반교통방해죄와 비교하여 볼 때, 도로를 손괴하는 점에서 더 나아가 도로의 효용을 해치거나 교통에 위험을 발생시킬 것까지 요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도로에 통행금지 표지판을 세우는 등의 행위로 통행을 방해한다고 하여도 손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도로법상 도로손괴죄가 적용될 여지는 전혀 없습니다.
또한 도로교통법은 도로에 교통에 방해가 될 만한 물건을 함부로 내버려둔 사람(일반교통방해죄의 불통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으나 교통을 방해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행위만을 규율하는 것은 아니므로 불통하게 하는 행위보다 훨씬 포괄적인 구성요건으로 보임)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며(제152조), 도로에서 교통에 방해가 되는 방법으로 눕거나 앉거나 서있는 행위를 한 자나(제68조 3항), 보행자의 통행방법을 위반한 자(제8조)에 대하여는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제157조 1호 및 5호). 단순히 도로에 서있는 행위 등을 한 경우 20만원 이하의 벌금형만을 규정한 것은 교통에 관한 공공의 안전에 대한 위협이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입법자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므로 이러한 행위를 일반교통방해죄의 기타 방법으로 해석하는 것은 구성요건의 확장해석에 해당하며 비례원칙의 위반으로 볼 수 있습니다.
(3) 소결
따라서 일반교통방해죄의 구성요건에 대하여는 목적론적으로 축소해석이 요구되므로 손괴 또는 불통에 준하는 행위로 교통을 방해한 경우가 아닌 한 도로법이나 도로교통법만이 적용됨이 마땅합니다.
나. 법조경합 특별관계
일반교통방해죄의 구성요건을 축소해석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도로법상 도로손괴죄나 도로교통법위반죄는 형법에 대한 특별형벌법규이므로 특별법인 도로법 등이 형법에 우선 적용됩니다(이른바 특별관계). 특별관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특별형벌법규의 구성요건이 일반형벌법규의 구성요건을 포함하고 법익을 같이할 것을 요하는바, 도로법상 도로손괴죄 등의 보호법익은 일반교통방해죄와 동일하며 도로법상 도로손괴죄 등의 구성요건은 일반교통방해죄의 구성요건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죄와 도로법상 도로손괴죄, 도로교통법위반죄의 보호법익은 교통에 관한 공공의 안전이라는 점에서 동일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또한 그 구성요건에 관하여도 일반교통방해죄의 손괴행위에 관하여는 도로법, 도로에 서있는 등의 불법성이 크지 않은 행위에 대해서는 도로교통법과 구성요건이 동일하므로 도로법 등이 우선 적용된다고 봐야 합니다.
다. 집시법위반과 일반교통방해죄의 관계
(1) 헌법상 보장된 권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권리는 헌법상의 권리로서 허가제가 금지됩니다. 그러나 시위는 ‘여러 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도로, 광장, 공원 등 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행진하는 등의 행위’이므로(집시법 제2조 2호), 그 자체가 다수인의 도로통행을 예정하고 있으며, 그 성질상 타인의 권리침해에 대한 가능성이 처음부터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집시법은 이에 대한 조화의 방법으로 여러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2) 집시법에 의한 최소한의 권리제한
도로교통법 제9조 1항은 학생의 대열과 그밖에 보행자의 통행에 지장을 줄 염려가 있다고 인정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람이나 행렬은 차도의 우측을 통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그 위임을 받은 동 시행령 제7조 5호는 ‘기 또는 현수막 등을 휴대한 행렬 및 장의행렬’은 차도를 통행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시위행렬은 도로를 통행할 수 있되 우측통행을 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촛불집회 등과 같이 대규모의 집회 및 시위가 이루어지는 경우 우측통행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나 교통의 원활한 소통 및 질서유지를 위해 합리적인 노력을 한다면 이러한 집회 및 시위의 개최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할 근거가 전혀 없습니다.
판례도 동일한 취지에서 신고절차를 거치지 않은 집회에 관해 시위로 인하여 차량 소통에 다소 지장을 주었다고 하더라도 일반교통방해죄의 ‘기타의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91도2771 및 광주지방법원 91노586 판결).
또한 집시법은 주요 도시의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 및 시위에 대해 교통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제12조 1항, 2항), 금지조치에 위반하여 시위 등이 주최되는 경우 해산명령을 할 수 있으나, 해산명령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금지명령에 위반하여 교통소통 등 질서유지에 직접적인 위험을 명백하게 초래한 시위여야만 합니다(제20조 1항 3호). 이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권리가 가지는 중요성을 고려하여 교통소통에 대한 위험이 직접 명백한 경우에만 해산명령이 가능하다고 특별히 규정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해산명령에 불응하는 경우에도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집회 및 시위에 관한 권리의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법정형을 감경하고 있습니다(제24조 5호).
(3) 소결
이렇듯 집시법은 집회 및 시위의 본질적 속성에 의해 예정되어 있는 교통방해 등의 가능성을 처음부터 예견하고 교통방해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각종 규정들을 완비하고 있고 법정형도 매우 낮게 규정하고 있으므로, 입법자의 의지는 집회 및 시위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교통방해와 관련하여서는 그 보호법익이 동일한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라. 경찰에 의한 도로봉쇄상태에서의 도로점거행위
(1) 공소사실도 인정하는 것처럼 피고인들은 2008. 8. 15. 21:10경부터 집회에 참가하였는데, 피고인들이 참가하던 당시는 이미 경찰의 차벽과 다른 집회 참가자들에 의하여 일대 도로교통이 마비된 상태였습니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행위와는 관계 없어 피고인들이 책임질 수 없는 부분까지 피고인에 대하여 그 책임을 묻는 것은 근대형법의 자기책임의 원칙상 부당합니다.
(2) 공소장은 피고인들이 다른 집회참가자들과 공모하여 일반교통방해와 도로교통법상의 교통에 방해되는 방법으로 서 있었다는 것이어서 피고인이 차도에 서 있지도 아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2008. 8. 15. 21:10경의 상황에 대하여 피고인을 일반교통방해와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기소한 취지는 공모공동정범이론에 의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촛불집회 일반을 지지하였다고 하여 차도도 아닌 인도에 있었던 사람에 대하여 공모공동정범이론을 적용하여 형사처벌을 과하는 것이 적절한 형벌권의 발동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3) 단지 피고인들이 차도에 있던 사람들과 촛불집회 일반을 지지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구성요건적 행위를 공모했다고 보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근간을 허물 수도 있는 위험한 법리전개라고 판단됩니다. 공모공동정범의 이론적 폐혜는 별론으로 하고, 공모공동정범이론은 조직범죄의 배후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그 적용범위를 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고, 집회나 시위와 같은 유형의 행위에 무차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지양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입니다.
(4) 대법원 판례도 이러한 견지에서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니라 단순한 공모자에 그치는 경우에는 공모공동정범의 죄책을 질 수 없다는 취지이며, 나아가 이러한 공모공동정범에 있어서 공모는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특정하여 증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대법원 2007.4.26. 선고 2007도235 판결 참조).
(5) 검찰의 공소사실은 피고인들을 승계적 공동정범으로 의율하고 있는 듯 하나, 위 이론도 형법상의 추인 또는 사후고의를 인정할 수 없고, 선행자에 의하여 행하여진 결과에 대하여 후행자의 행위지배를 인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자기책임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다만 인도에 서 있었던 데 불과한 피고인들을 이 사건 공소사실의 공모공동정범으로 인정되기에는 ① 피고인들이 이 사건을 다른 가담자들과 공모했다는 증거가 전혀 존재하지 아니하고, ② 그렇다고 피고인을 배후의 조종자로 볼 증거도 없다는 점에서 이 또한 무죄가 선고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5. 결 론
이상과 같이 피고인들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행하거나 공모한바가 없는바, 가사 피고인들의 행위가 구성요건해당성을 충족하더라도 그 행위에는 위법성이 있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피고인들에 대한 본건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바, 피고인들에 대하여 전부 무죄를 선고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다만 일몰후 옥외집회 금지의 집시법조항과 형법상의 일반교통방해죄에 대하여 현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되어 그 위헌여부에 관한 결정을 목전에 두고 있는 만큼 본건 피고인들에 대한 선고를 헌재의 결정 이후로 추정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009. 6. .
위 피고인들의 변호인
법무법인 산 하
변호사 권 정 호
서울중앙지방법원 제 17 형사단독 귀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