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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22] 해발 4600m, 하늘아래 첫동네 `다르첸`

vicsteel 2009. 8. 28. 23:47


(다르첸에서 본 카일라스)

히말라야의 산록 깊숙한 곳에 은밀히 숨어 있는 카일라스,
배낭하나 달랑 메고 한국에서 여기까지 수만리 길을 달려와 이 별에 내렸다.

아침 10시, 늦잠을 자고 일어나 다르첸 마을뒷산을 보니 카일라스가 얼굴을 내밀고 있다.
반갑다. 카일라스..
반갑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다.


해발 4600미터의 다르첸 마을, 가슴은 여전히 답답 하고 숨은 거칠다.
아침 공기가 싸늘하게 폐부속으로 스며든다.



(다르첸 마을)


고산증으로 아침을 먹을 컨디션이 아니다. 굶은채로 마을 뒷산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제는 고장나서 사용하지 않는 계곡의 수력발전소쪽으로 올라간다.
마음은 바삐 가건만 몸은 허덕 거리고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언덕길에서 독수리 두마리가 빤히 얼굴을 쳐다 보고 길을 안비켜준다.
천장(天葬)을 통해 익숙해진 탓일까? 사람들을 보고 경계를 하지 않는다.
죽은 사람의 몸을 저 새가 먹고 하늘로 날아 오르면 그 영혼이 도솔천까지 오른다지..
왠지 독수리의 눈동자속에 지친 삶을 마감했던 어느 슬픈 영혼의 그림자가 드리워 지는듯 하다.



(다르첸 뒷산의 룽다)


다르첸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뒷산에 오르니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역시 티벳의 어느곳에서나 볼수 있는 탈쵸와 룽다이다.
바람에 나부끼는 룽다에는 바람의 말(馬)과 많은 진언(眞言)과 부처님의 가르침이 새겨진 글씨들이 너울너울 춤을 추며 해탈의 꿈을 꾼다.



(다르첸 마을 전경)


땅바닥에 털썩 엉덩이를 떨어 뜨리고 가쁜숨을 몰아 쉬며 마을을 내려다 본다.
아니 마을이 아니라 마음을 들여다 본다.
세상의 오물로 뒤섞인 마음을...
번뇌와 회한들로 가득찬 마음을....
마을은 고요하다. 분주한 발걸음도 여기서는 고요하게 보일뿐이다.
이 마을은 순례객들이 붐비는 하절기에만 사람이 살고 동절기에는 주민 모두가 산을 내려간다.
즉, 오로지 카일라스 순례객을 위해 생긴 마을이라 할 수 있다.



(다르첸에서 본 나이모나니 산)


바가 대초원 너머로 '나이모나니' 산은 하얀 속살을 살짝 보여준다.

해발 7694m인 이산에는 이런 전설이 있다.
히말라야에는 천상에서 내려온 다섯명의 선녀가 변하여 이루어진 다섯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그중 초모랑마는 취안선녀(翠眼仙女)가 변한것이고 나이모나니 산은 보석을 관장하는 관영선녀(管瑛仙女)가 변한것이라 한다.
전설보다도 갑절은 더, 나이모나니 산은 선녀처럼 아름다운 자태를 가지고 있다.

나이모나니 산 앞쪽엔 두개의 호수가 '마나사로바'와 '랑아쵸'가 있다.
인도의 신화에 의하면
성호(聖湖) '마나사로바'는 창조의 상징이고
'락사스탈'이라고도 불리는 귀호(鬼湖) '랑아쵸'는 죽음과 파괴의 상징이다.

다르첸 마을에서는 성호는 안보이고 귀호만 보이는데 눈으로는 가까이 보여도 20여 km나 떨어져 있는 호수이다.
물이 너무 파랗고 아름다워서 귀호란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다.
아름답고 유혹적인것이 더 파괴적 이라면 나이모나니의 하얀 설산을 그림처럼 품고 있는 귀호 랑아쵸는 매혹적인 죽음이라 할수 있을것이다.



(나이모나니산 아래에 보이는 랑아쵸)


산을 내려와 개울을 건너는데 티벳 순례중인 여인네들이 머리를 감고있다.
물에 손을 넣으니 카일라스의 눈이 녹은 물답게 얼음처럼 차갑다.
그러고 보니 생전 머리를 안감아 꼬질꼬질한 여인네들이 여기서는 깔끔해 보인다.

장의원(藏醫院-한족의 漢의원과는 다른 티벳,서장의 의술) 뒷담을 끼고 '스투파'(원래는 사리를 보관하는 탑)와 '옴마니밧메훔'이라는 진언(眞言)이 씌여진 돌무더기들이 있다.
이 곳이 카일라스 코라의 출발점이라 순례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얹어 놓은 작은 돌멩이들이 담장처럼 되어 버렸다.



(다르첸의 스투파)


공안국을 가려고 한것은 아닌데 마을을 어슬렁 거리다보니 공안국 앞이다.
이미 눈이 마주칠만큼 가까운 거리라 피해 갈수도 없고 역으로 태연하게 카메라를 꺼내니 공안들이 모여서 배구를 하고 있다가 손을 흔든다.
나중에 다른 여행자한테 들은 이야기지만 아리에서 벌금 안내고 무사히 빠져 나왔다가 이 공안국에서 걸려서 벌금 350원 다 냈다고 들었는데 이들은 내가 어제 아리 적십자회와 함께 온걸 알고 적십자와 관련된 사람으로 알고 있어서 그런지 검문은 커녕 인사를 한다.
한국에서 적십자 회비 한번 안냈는데 적십자 덕을 여기서 보는것이 미안하다. 하여간 다르첸에서 가장 안 어울리는것이 바로 이 공안국이다.



(다르첸 공안국)


이 마을엔 특히나 개들이 많다.
주인 없는 시커먼 털복숭이 개들을 골목에서 만나면 약간은 무서운 생각이 든다.
순례자들이 개를 보면 먹을걸 주어서 그런지 사람을 졸졸 따라 다닌다.
티벳개는 사납기로 유명해서 늑대도 이긴다는데 따라 온다고 쫒아 버리기도 겁난다.

간판은 다 찌그러지고 대신 하얀벽에 영어로 마나사로바 호텔이라고 씌여진 숙소로 돌아왔다.
이 마을에 있는 세개의 게스트 하우스중 하나이다.
방에 오니 펑선생과 규주도 안보인다.
이 좁은 마을을 빙빙 돌면서도 서로 한번도 마주치지 않았다는게 이상하다.
마을 한복판에 있는 산동찬관에 가서 쟈오즈(만두) 한 접시로 점심을 먹었다.
다른 도시에 비하면 매우 비싸다.



(다르첸의 티벳 소녀)


점심먹고 위천주라는 란조우 출신 한족을 만났다.
그는 다르첸에 와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의 식당인 성지찬관이 마을 입구에 있어서 그런지 오고가는 외국인에 관심이 많았다. 나보고 언제 왔는지 못 보았다고 해서 어젯밤에 홍십자회와 함께 왔다니까 나를 국제 적십자 대원으로 생각한다.
백내장 수술 프로그램을 취재 나온 한국인 사진가 정도로 이해하는데 나에게 유리하니 굳이 아니라고 할 이유가 없다.



(햇빛을 모아 물을 끓이는 장치)


그는 카일라스 코라를 5일전쯤 한국인 여승들이 돌고 갔다며 그후 한국인은 처음이라고 한다.
외국인이 코라에 들어가는것은 하루에 너댓명 정도라고 말을 해주며 3일 걸린다고 한다.
오늘 프랑스인 3명이 들어갔다는 것을 알 정도로 그는 이 동네 정보통이다.



(트럭을 타고 온 티벳 순례자들)


순례자들의 텐트촌에는 수백명의 티베탄들이 있다.
우린 빈관에서도 덜덜 떠는데 맨 땅에 천막만 치고 자는 이들이 대단하게 생각된다.
대개는 마을 전체가 순례를 온듯 어린 꼬마,갓난애,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이들이 중국어를 거의 못해서 대화 하기에는 좀 어려웠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안 통하는것은 아니었다.



(숙영준비를 마친 순례자들)


내일 새벽 3시에 일어나 코라에 들어가기로 했기에 펑과 규주와 함께 짐을 분배해서 가지고 가기로 하고 무거운 짐은 빈관에 두고 필요한것만 싸는데도 배낭이 두개 필요하다. 평선생은 허리에 매는 작은 배낭 한개로 짐을 마무리 한다.

저녁이 되자 다르첸의 밤은 발전기 돌리는 소음으로 시끄럽다.
해가 지면 발전기를 돌려서 전등을 켜고 밤 12시가 되면 발전기가 정지하고 전기가 나간 온 마을은 암흑으로 변한다. 카메라 충전도 이 시간이 아니면 못한다.



(다르첸의 순례자 텐트촌)


내일의 카일라스 코라를 기약하며 잠드는 고요한 방안에 정막이 내려 앉는다.

출처 : 중국여행동호회
글쓴이 : 찬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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