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설사를 쉽게 생각하지 마세요.
인도행을 하면 한번쯤은 설사라는 친구와의 조우를 경험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사람에 따라서 며칠을 설사하다가 저절로 회복하시는 분도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국과 '같은 설사'라고는 생각치 말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는 09년 12월 말에서 2월 초까지 북인도를 중심으로 다녀왔습니다.
저는 여행의 반을 설사와 관련하여 힘들었었습니다.
먼저 1차는 바라나시였습니다.
위경련과 함께 설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구토와 설사의 반복, 발작적인 통증에 괴로워하다가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의사를 불렀습니다.
묵고 있던 호텔 하이파의 로비에 부탁했지요.
시크교도로 터번을 쓰고 나타나신 의사 선생님은 약 30분이 되지 않아 도착해서 진찰하고 약을 처방해주셨습니다.
비용은 500루피. 23시인 밤의 왕진이라 추가금액이 있었습니다.
호텔 직원이 약을 구해다 주었지요. 약값(설사약 5루피...기타 약 몇 루피 더..)과 릭샤비(고돌리아까지 25루피)는 별도 지출.
그리고 겨우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아침에 다시 왕진을 와 확인해준 시크교도 의사선생님은 왕진비용으로 200루피를 드렸습니다.
사실, 맥간에서의 병에 비하면
바라나시의 병은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맥간에서 버스멀미를 심하게 하고 돌아온 저녁부터 시작된 설사는
2시간에 한 번에서 1시간에 한 번으로, 다시 30분에 한 번으로 매우 잦아졌습니다.
위 또한 구토로 모두 비워냈구요.
장출혈까지 이어져 밤을 꼬박 새우다시피 하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Delek Hospital을 찾았습니다.
병원에서 간단히 검사도 받고 약을 처방 받았습니다.
감염에 의한 장염이라는 진단이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삼일정도 약을 복용하면 호전될 거라고 했지만..
메슥거리는 속과 잦은 구토, 위액으로 인해 입 천장까지 헐고,
음식은 물론 물 조차도 마시기 괴로웠습니다.
눈 뜨기도 힘들었지만 바닥까지 떨어진 체력으로 잠을 자는 것도 힘들어 악몽과 진땀에 시달렸지요.
솔직히...그 때 들은 생각이 '풍토병으로 죽는다는 게 이런 것일까..'하는 것이었죠.
결국 저녁에 다시 병원 응급실로 향했습니다.
입원해서 수액을 맞았습니다.
메슥거림, 설사의 반복도 수그러들고 장출혈도 멈추었습니다.
하지만 음식이나 수분의 섭취는 아직 힘들었습니다.
뱃속의 장기들이 모두 죽은 느낌...
혈압도 떨어져 머리는 어찌나 차고 어지러운지.
델리로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회복까지 걸린 시간은 대략 10일이었습니다.
병원에서도 10일의 약을 반드시 먹으라고 처방해주었습니다.
입원비와 약값... 200~300루피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이후 저는 '맨치캉'이라고 불리는, 티벳의 전통의학 병원이자 우리로 치면 한의원인 병원에서
약을 처방 받아 몸을 추스렸습니다.
사실 설사를 겪으며 감기까지 와서 기침이 심했지만,
망가진 위와 장으로는 감기약을 먹을 수 없었기에 감기 치료는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었거든요.
양의로 처방하고 한의로 몸을 보한 셈이지요..
맨치캉은 처음엔 맥간에 있는 분점으로 갔다가 노블링카의 본원으로 갔습니다.
노블링카의 여 의사 선생님 참 좋습니다.
열흘치의 허브티와 환약 처방이 150~200루피 사이였습니다.
이 경험들에서 느낀 것이..
설사도 힘들지만 더 무서운 것이 탈수라는 것이었습니다.
초기에 인도에 넘어온 많은 티벳인들이 저와 같은 증상을 방치하다가 죽음을 맞이했다고 합니다.
병원에 갈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더 많았기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인도의 설사는 세균성에 의한 것이 많기에 한국에서 가져온 약들이 듣지 않습니다.
저 또한 정로환을 먹고 먹자마자 토했고, 먹었어도 듣지 않더군요.
인도의 현지 약국에서 설사약을 사 드셔야 합니다.
그리고 설사가 반복되고 물을 잘 마시지 못해 탈수가 되면 반드시 병원을 가세요.
제가 갔던 맥간의 Delek Hospital은 티베탄 병원으로 약값이 매우 저렴하고 깨끗했습니다.
전국적으로 병원 지점이 있더군요
어느 인도 병원은 외국인 환자에게는 부르는게 값으로 여기기에
개에게 물려 간 인도의 모 병원에서 광견병 주사를 80만원 주고 맞은 외국인도 있습니다.
믿을 수 없지만 진짜 80만원. 제 지인의 친구가 겪은 일이기에 잘 압니다.
하지만 인도 병원이라도 살려면 가야죠..
이야기가 좀 빗나갔네요.
이후에 들은 이야기로,
저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던 분이 '설사 정도야..'라고 쉽게 생각하셨다가
며칠 후에 쓰러져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여행자는 탈수로 기절하고 나서야 친구에게 업혀 병원을 급하게 찾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구요.
인도에서의 설사,
방치하지 마시고,
방심하지 마시고,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모든 병원과 약국에서 영수증을 끊어달라고 하면 내어주니,
여행자 보험을 들고 오신 분들은 영수증도 잘 챙기세요.
부디 항상 건강한 여행 되시길 바라고,
행여 편찮으시더라도 잘 극복하시어 좋은 경험으로 잘 새기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