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편지 .........................
저를 보내기가 싫으셨습니까?
5시에 떠나야할 버스는 10분전애 나간 저보다 10분먼저 떠나버렸습니다.저도 하루라도 더머물고 싶어 안달이 났지만 그래도 당신곁을 이제는 떠나야 합니다.
저를 기다리는 것들이 있기때문입니다 .
가서 부딪쳐야 하는것들이 저의 삶이기 때문입니다.
어쩔수 없이 가야행 릭샤를 탔습니다.
지붕에 올랐죠, 동이 트는 부다가야를 보고 싶어서였습니다.
그 예전처럼 오늘도 사람들은 새벽부터 당신이 건넜던 그강을 건너고 있었습니다.
그 강너머로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얇은 구름 모시를
걸치고 떠오르는 아침해는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새벽에 맨발로들꽃을 따는 아이들을 보았습니다 .
저는이슬에 젖은 그꽃이 당신에게 바쳐질 꽃이란걸
알고 있습니다 .
소리치고 싶었습니다. 사랑한다고 .인도를 사랑한다고.
당신은 무얼그리 고민하셨습니까? 그리고 당신은무엇을 깨달으셨습니까?
당신이 깨달음을 얻은 그곳에서 저도 무언가 깨닫고
싶었습니다.
그무언가가 무엇인지도 정확히 모르며서. 깨달야야한
다는 막연한 의무감과 깨달을수 있을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무언가 깨닫고 싶었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한가지 깨달은것은 세상에서 가장
거만하고가장 자존심이 강한것은 시간이란것입니다.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고베에서 지진이 나도 중동에서
걸프전이 일어나고 에디오피아에서 하루에 수십수백
명이 굶주려 죽어도 시간은 눈하나깜박이지않고
강물이 높은곳에서 낮은곳으로 낮은곳으로 유유히
흐르듯 그렇게 흘러갑니다.
사실, 인도 여행을 처음 계획할때는 인도를 다녀오면
조금은튈수있을거라는 약간의거만함이 있었습니다.
나의 여행이 인도에 무슨 흔적이라도남길것같은
착각도 했었구요.
그러나 이제는 알것같습니다 .제가 인도를다녀가는
것이 아니라 인도에서 죽는다해도 인도는 눈하나
깜박이지않고 흘러갈겁니다.
저는 거만하게 흐르는 인도의 시간속에 잠시 머물다가는 어쩌면 먼지같은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돌아가면 다가오는 삶을좀더 열심히 살아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거만하고가장 자존심 강한
시간에 편승한 자의 자격요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때문입니다 .
가야에서 파트나로 가는 느림보 기차가 검은 연기를
뿜어내며 수많은 역들을 출발할때마다 어쩌면 저는 그동안 거쳤던 인도의 도시를 하나씩 기억해냈는지도
모릅니다 .
미운사람도 있었고 잊지못할 사람도 있었습니다.
다시는 가고 싶지않은 곳도 있었고 꼭 다시 가보고
싶은곳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잊고싶은일도 있었고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일도 있었지만 인도를 떠나는 지금 잊고 싶은 일은
없어졌습니다. 모두 소중한 추억이고 간직하고 싶은
일들뿐입니다 .
당신이 깨달음을 얻은 부다가야는 재가 가장다시 오고 싶은곳이 되었습니다.
깨달음의 도시 라는 별명도 무작정 좋았고 당신이
보리수아래서 명상에 잠기던 그때와는 별로 변한게
없을듯 싶은 아름다운 시골풍경이 좋았습니다.
갑자기 하이데라비드의 이슬람 사원 중앙 정원에 있었던 의자에 앉지 않은것이 후회됩니다.
그의자 앉지않고도 인도에 올수있다는것을 보여
주고 싶은 오기로 앉지 않았던것이 이젠 후회스럽습니다.
한가지 더아쉬운것은 인도의 마지막 도시에 나무를
한그루 심고 싶었지만 실천하지 못하고 떠납니다.
이곳에 친구를 남겨두고 싶었던 것이죠.
혹시나 제가 다시 오게된다면 우린 오랜 친구의 재회처럼 기뻐할것이고 만약 다시 오지 못한다면 저대신
이곳에 남아서 인도를 지켜보게 하고 싶었습니다.
인도를 떠나는 지금 , 무엇보다 바라는것은 그동안
만났던 친구들이 모두 행복하기를 바라는것입니다.
저와의 만남이 좋은추억으로 남기만을 바랍니다,
혹시나 잔잔한 그들의 삶에 돌이라도 던진 일은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그렇다면 저를 빨리 잊었으면 좋겠습니다 .
파트나가 다 와갑니다 .
아무것도 잊지 못할겁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하는 횟수는 줄겠지만 아무것도 잊지못할겁니다 .
만났던 친구들의 얼굴이나 여행의 추억들은 조금씩 잊어갈지 모르지만 그때 느꼇던 가슴속의 느낌들은
잊지 못할겁니다.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