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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오마이뉴스]눈 들어 한승조·지만원·조갑제를 보라

vicsteel 2005. 7. 15. 22:44
눈 들어 한승조·지만원·조갑제를 보라
[특별기고②-진중권] 왜 과거를 청산해야 하는지 알고프면

오마이뉴스(news)


수개월째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는 과거청산법.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범국민위원회'와 <오마이뉴스>는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 과거청산법 입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특별기고를 마련했다. 원희룡 한나라당 국회의원,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윤봉길 의사 친손녀 윤주영씨가 참여할 예정이다. 그 두번째로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글을 싣는다... 편집자 주


▲ '과거사법 2월제정과 한나라당 참회를 촉구하는 유족 결의대회'가 지난 2월 17일 오후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사앞에서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범국민위원회 소속 회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2005 오마이뉴스 권우성


과거 잘못 바로잡는데 시효는 없다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 데에 시효는 없다. 독일의 경우에는 아직도 나치 협력자들을 찾아내 처벌한다. 그런 독일의 노력을 그 누구도 과거에 집착하는 행태라 비난하지 않는다. 반면 일본은 어떠한가?

외려 잘못을 미화하다가 과거 문제로 발목이 잡혀 미래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독일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진출하는 데에 반대하는 나라는 없다. 반면 일본은 바로 그 수구적 행태 때문에 국제 사회에서 책임 있는 자리에 오르는 데에 애를 먹고 있다.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는 것이야말로 미래지향적인 길이요, 과거의 잘못을 덮어두는 것이야말로 퇴행적인 행태다. 그런데 대한민국에도 일본 우익과 똑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이 있다. 바로 우익들이다.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 어법이 매우 도착증적이다. 과거의 잘못을 묻어두는 것을 미래지향적이요,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는 것을 퇴행적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구사하는 이 해괴한 문법이야말로 그들의 사고가 얼마나 비정상적인지 보여주는 언어학적 증거다.

일본 우익과 한국 우익은 이란성 쌍둥이다. 종자는 달라도 같은 배에서 자라나왔기 때문이다. 일본 우익들은 과거사 문제를 접어두고 한일 양국이 미래를 지향하자고 말한다. 한국 우익들 역시 과거사 문제를 접어두고 미래를 지향하자고 말한다.

도대체 과거의 잘못을 그대로 놔둔 채 어떻게 미래로 나아간단 말인가? 도대체 과거에 집착하는 게 누구일까? 과거의 잘못을 그대로 놔두자고 하는 자들일까? 아니면 그것을 바로잡자고 하는 사람들일까?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도 정답이 뭔지 알 것이다.

과거에 통용되었던 잘못된 생각들, 행태들, 습속들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는 그저 물리학적 시간은 흘려보낼 수 있을지 몰라도, 미래로 나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과거사에 집착하지 말라”고 말하는 일본은 실은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혀 (그들에게 영광스러웠던) 1940년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은가?

똑같은 얘기를, 과거사 문제를 반성하지 않는 대한민국 우익에 대해서도 할 수 있다. “과거에 집착하지 말자”면서 그들이 돌아간 곳은 어디인가? 결국 (그들에게 영광스러웠던) 70∼80년대라는 과거가 아닌가?

독일 나치와 일본·한국 우익만 쓰는 '자학'

재미있는 것은 '자학'이라는 표현. 이 말을 사용하는 것은 전 세계에서 독일의 나치, 일본의 우익, 그리고 대한민국 우익뿐이다. 독일의 나치는 “독일역사에 영광스러운 부분도 있는데 왜 치부만 들추냐”며, 독일의 반성을 '민족적 자학'이라 비난한다.

일본의 우익 역시 “대일본제국의 영광스러운 역사를 제쳐두고 왜 어두운 부분만 부각시키냐”며 일본 양심 세력들의 반성을 '자학사관'이라 폄하한다. 한국의 우익들 역시 “한국 역사에 영광스러운 부분이 있는데 왜 부정적 측면만 드러내냐”며, 과거사 청산을 일본 우익과 똑같이 '자학사관'이라 매도한다.

이 세 나라 우익들의 공통점은 도대체 반성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인간은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보편적 관점 위에서 자신을 객관화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그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자기가 남에게 저지른 범죄까지도 잘한 짓이라 믿고, 고약한 형태의 나르시시즘에 빠지게 된다.

독일의 나치는 아리아 인종의 우월성이라는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고, 일본의 우익은 자신들이 아시아의 해방자라는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고, 한국의 우익은 자신들이 산업화세력이라는 같잖은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다.

누구나 알듯이 소위 ‘아리아’라는 종자가 다른 인종보다 나을 것은 하나도 없다. 누구나 알듯이 일본은 아시아의 해방자가 아니라 아시아의 문제아였다. 누구나 알듯이 한국우익은 산업화세력이 아니라 남들 애써 일할 때 그 옆에 붙어 온갖 부정부패를 저지르던 기생충이었다.

물론 김훈 같은 소설가는 아직 형편이 어려워서 여전히 박정희 덕분에 고기를 구워먹는 처지지만, 나는 박정희에게 빌붙지 않고도 내가 번 돈으로 떳떳하게 내 고기 구워 먹는다. 나만이 아니라 모든 한국 사람들이 다 그럴 것이다(김훈씨는 지난해 12월 29일 발행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치적을 높게 평가하면서 "우리나라에 차가 돌아 다니고, 고층 빌딩이 서고, 지금 고기를 먹고 있는 것도 그의 덕이야"라고 말한 바 있다... 편집자주).

600만 유태인을 학살한 종자가 세상에서 제일 잘난 종자라 주장하는 것처럼 같잖은 일이 어디 있는가? 남경에서 수십만을 학살하고 일본군 위안부의 국부에 총을 쐈던 종자들이 아시아의 해방자라 주장하는 것처럼 같잖은 일이 어디에 있는가?

이 못지않게 같잖은 것은, 저 모자라는 분들이 이제까지 나와 우리 집안을 먹여 살려줬다고 설치는 꼴이다. 우리 집 살림에 돈 한 푼이라도 거들어준 다음에 그런 말한다면 이해라도 하지. 도대체 뭘 근거로 자기들이 우리를 먹여 살려줬다고 믿는 것일까?

일부 우익인사들이 '맛'이 간 이유

과거사를 왜 청산해야 하는가? 최근 일련의 우익 인사들이 몸으로 웅변해주는 바람에 내가 논증할 수고를 덜게 되었다. 일본 제국주의의 후예들은 자기들이 “조선의 발전에 이바지했다”고 주장한다. 유신헌법이 “한국적 민주주의”라 강변하던 3공의 후예 한승조를 보라. “식민지배가 조선의 축복”이라고 하지 않던가.

일본 군국주의의 후예들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북조선의 간첩”이라고 주장하자, 열렬한 박정희 팬 지만원이 뭐라고 하던가? 위안부 할머니들은 “일당받고 동원된 가짜”라고 하지 않던가. 일본 황국주의의 후예들은 “한국은 일본이 아니라 북한과 싸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자 박정희의 노예 조갑제가 외친다. “친일보다 친북이 더 나쁘다.”

이들은 그저 예외적 현상에 불과할까? 물론 한국의 보수우익이 모두 한승조, 지만원, 조갑제류는 아니다. 하지만 이를 이 세 사람의 독특한 성격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가령 김완섭이나 오선화 따위는 어차피 개인적 밥벌이를 위해 친일을 하는 포장마차 친일파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한승조, 지만원, 조갑제는 누구인가? 이들은 신문에 칼럼을 쓰고, 방송에 출연을 하고, 한국 보수우익의 목소리를 가장 강렬하게 대변해 온 사람들이 아닌가. 이들에게서 이런 망언들이 시리즈로 쏟아져 나왔다면, 그것은 그 동네 정신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일부가 심각하게 썩어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들이다. 증상이 보이면 치료에 들어가야 한다. 치료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말할 것도 없이 원인을 찾아야 한다. 왜 이들은 이토록 맛이 갔을까? 당연히 우리 사회가 과거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거사의 청산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치료하는 행위이자, 이번 망언 사태를 통해 드러났듯이, 우리 사회의 발전과 성숙을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이다. 왜 과거를 청산해야 하느냐고? 알고 싶거든, 눈을 들어 한승조를 보라. 지만원을 보라. 그리고 조갑제를 보라. 이들은 왜 과거를 청산해야 하는지 몸으로 보여주는 살아있는 논거들이다.

2005/04/19 오전 9:04
ⓒ 2005 OhmyNews

출처 : [오마이뉴스]눈 들어 한승조·지만원·조갑제를 보라
글쓴이 : chammi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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