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스크랩] 현직 기자가 보는 기자실 통폐합 논란의 진실..
vicsteel
2007. 5. 30. 22:57
기자실 통폐합문제가 언론들의 거센 저항을 받고 있는 모양이다.
당연한 일이다. 이것도 본질적으로는 기득권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은 나름대로 이유와 근거가 있는 것이지만, 당하는 언론의 입장에서는 기득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자 도전으로 생각할 소지는 충분하고도 넘친다. 자, 이렇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칼든 X이 깡패란 얘기가 있다. 보도할 지면이나 전파라는 일방적 칼을 갖고 있는 언론들은, 기자실 통폐합이 안고 있는 10~20%의 문제점을 마치 100~200%의 문제점인양 침소봉대 과장해서 정부가 언론탄압을 하려는 것처럼 몰아간다. 이게 현재 정부와 언론과 벌이고 있는 이른바 전쟁의 실상이다. 여기서 몇 가지 전제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연 전 언론이 여기에 반대하는가? 천만의 말씀. 정부부처의 한 공간을 기자실로 점령하고서는, 무시로 공무원을 만날 특권(?)을 누리는 언론사만이 결사반대한다. 조선일보나 중앙일보 같은 언론사, KBS나 MBC 같은 언론사가 여기에 해당한다. 사실 방송사가 이러는 걸 보면 격세지감이다. 70년대만 해도 방송사는 언론취급을 못 받아 방송사 기자들은 기자실 출입자체를 못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아직까지 여러 군데에서 기자실 출입이 봉쇄되고 있는 인터넷언론사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힘 있는(?) 언론과 정부 간의 싸움은 강 건너 불일 따름이다. 물론 인터넷언론사 가운데서도 기성언론 대접을 받고 있는 오마이뉴스 정도 되면 모르긴 몰라도 기성언론들 편을 들것이 뻔하다. 데일리서프라이즈처럼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언론사는 조금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지 않을까. 나는 이 문제에 대한 편집국장의 스탠스가 어떤 건지 별 관심도 없고 사실 상관도 않기 때문에 정확하게 어떤 스탠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정도 될 것으로 짐작한다. 왜 이런 차이가 나오는가. 기자실 통폐합문제의 핵심은 사실 공무원, 특히 고위공무원에 대한 접근권에 관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과거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청와대 수석들의 방에까지 무시로 드나들 수 있었다고 한다 (오랜 기자생활에서도 나는 청와대 출입을 못해봤기 때문에 실제 그랬는지는 확언 못하겠다). 지금도 정부청사 안에 있는 기성언론들의 출입기자들은 아마도 장관이라면 사전에 면담요청을 하고 시간을 잡아서 만나야겠지만, 그 이하의 직급 공무원 방은 무시로 드나들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같은 테두리 안에 있기 때문에 출입문을 몇몇 재벌기업처럼 전자인식시스템으로 바꾸지 않는 한 이를 막을 길이 없다. 현재의 정부, 아니 노무현 대통령은 그런 특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통합브리핑 룸을 만들어, 언론사별로 송고책상 등 공간을 제공할 터이니, 그 안에서 일하라, 그리고 고위공무원을 만나 취재하고 싶으면, 미리 연락하고 시간을 잡아 따로 만들어놓은 인터뷰실에서 만나서 취재하라, 뭐 대략 이런 이야기 아닐까 싶다. 그래본들 인터넷 언론사들은 찬밥대접이다. 그 공간에서 자리 하나 얻기가 인터넷언론사의 경우 쉽지 않다. 뭐 이것도 사세와 무관하지 않은 것이니 대략 참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지금은 막강하기 짝이 없는 방송사도 한 30년 전에는 기자 취급도 못 받았다고 하지 않는가. 한 30년 지나면 인터넷언론사가 가장 힘 있는 언론사가 되고 종이언론이 가장 힘없는 언론으로 전락해 어디 기자실에서 공간도 제대로 얻지 못해 전전긍긍할 것이란 발칙한 상상으로만 자위할 수밖에 없다. 이 싸움의 핵심은 공무원에 대한 접근권이다. 고위공무원에 대한 손쉬운 접근권은 사실 특권이다. 뭐 솔직히 말해 기성언론사들이 기자를 통해 고위공무원과 직거래해서 회사 민원들을 해결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벌어지는 게 그렇게 큰 비밀도 아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겠는가. 일단 만나야 말을 붙여볼 것 아닌가. 바깥에 있는 프로 로비스트들은 기자들을 제일 부러워한다고 말한다. 왜? 장차관들을 쉽게 만날 수 있으니까. 사정이 이러하니, 조금 어거지긴 하지만, 기자실 통폐합을 취재제한이나 언론탄압이니 떠들 수는 있다치자. 지금까진 내 맘대로 고위공무원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리고 그 만나는 것 누가 기록하는 일도 없었는데, 앞으로 이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일단 전화부터 해서 시간을 잡아야 하고, 시간을 잡으면 인터뷰실에서 만나야 하고, 만난 일지까지 일일이 기록될 것이니 얼마나 불편하겠는가. 쉬운 공무원에 대한 접근권 즉 기득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인 것이다. 기득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긴 하지만, 기자실 통폐합이 되면, 공무원들 편해지는 건 사실이고, 모든 공무원이 착한 공무원인 것은 아니니, 기자들의 쉬운 접근권을 감시와 간섭으로 생각해왔던 일부 나쁜(?) 고급공무원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희소식이 될 것이다. 이건 명백히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침해의 성격도 들어 있다. 이게 앞서 내가 말했던 10~20%의 문제점이다. 그래서 길길이 날뛰는 기성언론들은 바로 이점을 전가의 보도로 내세울 것이 뻔하다. 안 봐도 비디오다. 그렇다면 누가 옳은 것인가. 그것은 정부에 대한 비판권이 얼마나 보장돼 있는 사회이냐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가령 전두환이 이런 일을 하려 들었다면 이건 말할 것도 없이 명백한 언론탄압이 될 것이다. 지금 거품을 물고 있는 조선일보나 중앙일보가 과연 전두환이 이런 조치를 내렸을 때 지금처럼 언론탄압이니 뭐니 온갖 방정을 떨 수는 절대로 없다고 생각한다. 즉 입 꾹 다물고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조선일보는 전두환을 구국의 영웅이라든가, 여하튼 뭐라고 칭찬했던 것처럼 전두환의 기자실 통폐합조치를 구국의 결단이라고 아마도 하지 않았을까. 정말 아이러니는, 조선일보나 중앙일보가 정부의 기자실통폐합을 마치 언론자유의 말살인 것처럼 자기들 마음대로 호도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는 한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조치는 언론자유와 전혀 상관이 없다는 점이 더욱 분명해진다는 것이다. 언론자유가 말살된 사회에서 어떻게 조선일보나 중앙일보의 그런 요란방정이 가능이나 하겠는가 말이다. 기자실 통폐합은 어제오늘 시도됐던 일이 아니다. DJ정부 초기에도 이런 시도가 있었다. 물론 기사 한 줄에 깨갱하고 꼬리를 내렸었다. 정부가 언론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박정희의 정부가 그랬고, 전두환의 정부가 그랬고, 노태우의 정부가 그랬었다. 정부는 언론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자신들에게 불리한 기사를 빼게 만들었다. 전두환 대통령의 가운데 자 한자를 빼서 전두환 대령으로 활자화됐다가 개피본 언론인도 있었다. 지금 들으면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이야기라고 하겠지만 실제로 20여 년 전에는 그랬었다. 그런 시대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로 들어서면서 완전히 막을 내렸다. 현재의 정부가 언론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말하면 오히려 바보 취급 받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언론이 정부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옳지 않다. 현재 기성언론의 요란방정은 명백히 자신의 일방적 권리에 대한 부당한 행사이다. 기자실 통폐합은, 기자들에게 매우 기분 나쁜 기득권 침해인 것은 사실이지만, 언론자유의 제한과는 전혀 무관하다. 정부는 그동안 언론에 대해 묵인해왔던 것을 더 이상 묵인하지 않고 법대로 하자고 하는 것뿐이다. 비유하자면, 기성언론들은 기자임을 빙자해 교통신호를 마음대로 위반하고 했던 것을 막는 경찰에 대해 취재자유의 제한이라고 떼쓰는 것과 비슷하다. 강도를 잡는 경찰이 차선을 위반하고 쫓아가는데 언론사들이 못할게 뭐 있느냐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기성언론들이 자신들에게 부여된 보도의 특권을 유감없이 활용해서, 자신의 기득권 침해를 마치 언론자유의 말살인양 떼를 쓰는 것은 실은 월권행위다. 왜 온 기성언론들이 들고 일어나 이 정부가 언론탄압의 정부인양 몰아붙여도 정작 독자인 국민들은 그런 그들의 작태를 무덤덤하게 바라보거나 오히려 그런 작태를 비난하는 것인지 그 이유를 아는가 모르겠다. 국민들을 호구로 알아서는 안 된다. 참으로 역설적인 일이지만, 언론자유 말살이라고 그들의 지면 헤드라인을 큼지막하게 장식할 수 있는 한, 국민들은 그런 주장이 사기란 점을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언론자유가 말살된 사회에서 어떻게 그런 언론자유를 누릴 수 있는 건가. 그 간단한 진리도 모르고 기득권 고수를 외치는 기성언론들은 이미 여론전쟁에서 지고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
출처 : 현직 기자가 보는 기자실 통폐합 논란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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