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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세월호 참사가 최악의 결과로 이어지면

vicsteel 2014. 5. 13. 11:14

언론과 여야를 막론하고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정부의 총체적 무능력과 무책임을 비판한다. 당연히 정부의 수장인 박 대통령에게 최종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며, 진심 어린 대국민사과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것으로 단 한 명의 영령도 살아 돌아오지도 못하고, 유가족들의 분노와 슬픔이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도, 마치 대국민사과를 하면 대통령의 책임이 말소라도 되는 듯이 떠들어댄다.

 

 

이것만이 아니다. 언론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피아 척결(결단코 불가능하다)을 비롯해 대대적인 국가 개조를 대통령에게 주문하고 있다. 이에 대통령도 이번 주 내로 국가 개조에 관한 플랜을 발표할 것 같다. 세월호 참사의 최종 책임이 있는 대통령과 현재의 관료 및 과거의 관료들에 있는데 어떻게 그들이 환부를 도려내고 새로운 형태의 국가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인가?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관피아를 척결하면 상당히 많은 자리가 공석으로 빌 터, 그 자리에는 누가 들어갈 것인가? 기존 조직들을 대신하거나 관리할 컨트롤타워를 만들면 누가 그 조직을 운영할 것이며, 인사는 어떤 기준으로 선택할 것인가? 결국 기존의 관료들이 국가 개조안을 짤 것이며, 공석이 되거나 신설된 자리에 관료나 현 정권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정치인을 제외한 민간인으로 채울 수는 없는 일이다.

 

 

또한 국가 재난과 안전에 대한 컨트롤타워의 수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그 파워는 국정원에 준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지닐 수도 있다. 보통 새로 생기는 조직은 여야를 막론한 거국적 구성을 하지 않는 한, 현 정부의 통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조직되기 마련이다. 이럴 경우 국정원과 검찰, 경찰을 넘어 또 하나의 거대 권력기관이 등장할 수 있다. 정권 재창출을 위한!

 

 

게다가 지금까지 어느 부처에서 국가 개조안을 마련하고 있는지 알려진 것도 거의 없고, 어떤 인사들이 참여해 청사진을 마련했는지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대통령이 들고 나올 국가 개조안이 두렵기만 하다. 보수 정권 7년 동안 국가의 지배 이데올로기에 반한 것들은 모두 다 불순하거나 좌파 및 종북 세력으로 매도되기 일쑤인 현실에서 새로 조직될 컨트롤타워는 단순한 재난관리 조직으로 끝나지 않고 보수적인 국가 개조의 결정판으로 치달을 수 있다.

 

 

만일 기존의 관료들이 직에서 떠나야 한다면 그 자리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들은 현 정부의 정권 창출에 도움을 준 사람들이 1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지난 정권까지 적체된 고위관료들을 밀어내고 대통령의 사람들을 앉춰 향후의 국정 운영의 동력으로 삼을 수도 있다. 필자가 두려워하는 것이 이것이다.

 

 

보통 정치적 행위는 어떤 특별한 사건을 계기로 국민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기 보다는 새로운 인물로 기존의 집권 세력에 유리한 방향으로 구축되기 일쑤다. 현 정부 들어 첫 1년은 국정원이 정치의 중심에 섰고, 2년차 들어서는 검찰과 국방부가 정치의 중심에 섰는데, 누가 어떤 계획 하에 만들어낸 국가 개조안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이끌어간다면, 이는 본말이 전도 되도 한참 전도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박 대통령이 들고 나올 국가 개조안에 대해 매우 정밀하게 살펴보고, 문제점들을 지적해서 바로 잡아야 한다. 이것이 제대로 되기 전에는 대통령의 안에 동의를 해서는 안 된다. 국가 개조안이 단시일 내에 나오는 것도 어불성설이지만, 책임의 당사자가 피해자와 국민의 뜻을 반영하지 않은 채 만들었다면 그것은 정치적 정당성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이번 국가 개조안이 새누리당의 지방선거 승리로 이어질 수 있는 밑거름으로 이용될 수 없어야 한다. 대통령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그러나 화려해 보이는 개조안을 발표하고, 각 후보들이 그것의 성공을 위해 표를 호소하고, 보수 일색의 언론(특히 방송)들이 그 효과에 대해 연일 떠들어대면, 이는 여당에게 유리한 일종의 초대형 관권선거로 발전할 여지가 있다. 이것이 필자가 두려워하는 것의 최악이다. 

 

 

이럴 경우 지난 대선의 국정원의 개입처럼, 6.4지방선거도 관권선거 바람이 불지 말라는 법도 없다. 결국 새로운 컨트롤타워를 만들겠다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지금도 충분한 조직들이 있으니 그것만 제대로 작동하게 하면 세월호 참사 같은 비극은 막을 수 있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무엇이 잘못됐는 지는 분명히 드러났고, 기존의 체제와 담당자의 의식개혁 등에 효과적인 수술을 가하면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를 막을 수 있다. 

 

 

따라서 인터넷에 떠도는 숱한 의문(대부분 근거가 상당하다)의 진실 여부를 가리는 것과, 그 범죄적 행위에 대해 엄정한 책임을 물으면 된다. 동시에 민간과 관료의 유구한 유착을 양산하는 국가 필수업무(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국가의 대국민 서비스)에 대한 민영화를 제자리로 돌려 놓는 것이 뒤따라야 한다. 이를 위한 예산 증액은 당연한 것이고, 따라서 고소득자나 법인세의 인상 같은 국가재정 확보를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서야 한다.

 

 

따라서 대통령이 국가 개조안을 발표하는 시기가 6.4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는 것이 가장 좋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민심의 향방이 선거 결과로 나타날 테니, 그것에 기초해서 국가 개조안을 만드는 것이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의무도 지키고, 보다 충실하고 초당적 협력을 통해 최상의 국가 개조안을 만들 수 있다. 이런 국민의 뜻이 반영되지 않는 개조안이란 또다시 고위층과 기득권의 이익 나눠먹기의 또 다른 형태에 불과할 테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직 세월호 실종자 수색이 끝나지 않은 상태이니, 정부는 이것에 전념하는 것이 최우선이어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대통령이 내놓을 국가 개조안이 정치적이고 국민적인 타당성을 가질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이란 나라의 속살이 들어난 참사를 서둘러 처리하려고 하면, 그 역풍은 더욱 커질 것임을 대통령과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지금 국민은 폭발 직전의 용광로와 별반 다르지 않고, 반인륜적이고 파렴치한 짐승만도 못한 망언들의 릴레이로 희생자 유족분들은 물론 대다수 국민들의 분노는 살의에 근접할 정도로 폭발 직전임을 명심해야 한다. 만약 대통령이 내놓은 국가 개조안이 유족의 뜻은 물론 국민의 뜻과 다른 정략적 이해가 숨겨져 있다면, 바로 그것이 세월호 참사가 최악의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국민과의 소통에 지독할 정도로 인색한 대통령의 특징(실력 미달 아닐까?)을 놓고 볼 때, 국가 개조안이 유가족과 국민에게 만족스럽게 나올 것 같지는 않다. 아무리 감정이입의 도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해도 당사자들에게서 직접 듣는 것만큼 최상의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국가 개조안을 내놓게 되고, 검찰의 수사결과가 나오면 그것들을 자세히 살펴본 후 추가적인 글을 올리도록 하겠다. 여러 분들도 대한민국이 1%의 기득권을 위한 나라가 아니라 나머지 99%를 위한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이번 만큼은 한 발짝도 양보하지 말고 끝까지 갔으면 합니다. 세월호 영령들과 함께.

 

 

 

PS. 건강검진 결과 간암이 재발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히려 상태는 더 좋아졌다고 하네요. 지난 3개월 동안 집필 때문에 몸을 혹사시켰더니 체력이 방전된 것 같습니다. 집필은 80%가 끝난 상태이지만 천천히 다듬고 보충하면서, 블로그 활동과 병행할 생각입니다. 앞으로 블로그에 한국의 근현대사를 에세이식으로 하나씩 풀어나가면서, 세월호 참차가 일어난 원인에 대해 다양한 분야와 관점에서 풀어내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출처 : 늙은 도령의 세상 보기
글쓴이 : 늙은도령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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