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문재인 당 대표 선출과 박정희 참배 논란에 대하여
여론조사에서 크게 뒤쳐진 박지원 후보가 민심과 당심의 1:4 룰의 덕분으로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다. 언론에서는 쉽게 낙승을 하리라 예상된 문재인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선출되었다며 강조한다. 그러면서 그 원인으로 룰 변경 잡음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잡음들은 당내 이해관계와 얽혀있는 당원들에게 그 영향이 미쳤을 뿐 여론조사 결과는 달랐다. 문재인 측의 이의제기를 정당한 정치 행위로 보았으며 당 선관위의 미숙함과 더불어 박지원 측의 과민 반응으로 보고 있었다
비교적 한겨레 신문의 사설이 정상적인 균형감을 갖추었으나 경향신문 사설은 실체도 모호한 계파 문제를 또 다시 들먹였다. 스스로가 계파 정치를 비판하면서도 계파 프레임에 얽매이는 경향이 아닌지 묻게 된다. 그렇다면 지난 총선에서 경향신문 사설이 보여준 '나눠먹기' 비판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 번 경선 문제의 본질은 불공정한 경선 룰이며 새정치민주연합 내의 패쇄적이고 부실한 당원 구조의 문제이다. 원내대표 때 낙제점으로 평가된 전병헌 의원이 최고위원에 상위권으로 당선되고 여론조사 결과가 만만치 않았던 이목희 후보가 낙선한 사실을 봐도 새정치민주연합의 당심이 고질적으로 민심과 괴리되는 문제가 있음을 말해준다
물론 한 정당의 전당대회인 만큼 당심의 방향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의 민심과 당심이 1:4 룰로 정해야 할 만큼 당원 구조가 정상이었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 적어도 2:3이나 3:2이었다고 한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겠으나 권리당원 투표율이 5프로에 불과하다는 것은 국회의원들과의 인맥에 의해 가입된 당원들만의 참여라는 말이다
게다가 새정치민주연합의 당원 자료는 허수에 불과하다. 열린우리당 때에 가입된 당원 자료가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옮겨간 정황도 있다. 탐탁치 않는 김영환 황주홍 의원 등의 홍보 메시지가 필자의 메일로 전달되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전당대회이었기에 망정이지 이러한 상황에서의 이런 문제가 대선후보 선출 과정에 터졌다면 또 다시 민심과 당심의 괴리로 정동영 전 대선후보가 처참하게 고립되며 낙선한 2007년 상황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문재인,박원순 안철수 후보간의 경쟁이라면 여론조사보다 당심의 중요성이 부각될 수 있겠으나 이 또한 계파적 이해관계에 따른 결과가 될 수 있으며 민심과 동 떨어진 대선후보가 계파 조직의 힘으로 선출되는 부작용도 가능하다.
당원 중심 정당문화를 강조해온 정의당이나 통진당이라면 이해되겠으나 기간당원제 확립을 위한 유시민의 노력을 무력화했던 새정치민주연합에게는 최소한 당 밖의 지지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방편의 모바일선거와 당원 투표의 비율을 3:2로 결정하는 것이 민심에 가장 가까운 방법임을 깨닫게 된다면 언론이 비판해야할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제는 불공정한 경선 룰에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방안에 대해 여전히 부정한다면 문재인 당 대표가 주창한 생활 당원 중심 문화의 정당 확립이 피부에 와닿도록하는 노력이 먼저 되어야 할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당내 선거 때만 권리당원에 아쉬워하지 않는 당원 중심의 정당 문화가 되었다면 문재인 당 대표와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 시점에서 박정희 참배에 대해 당원에게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물론 문재인 당 대표가 박정희 참배를 한다고해서 그의 정체성을 의심할 수 없다. 그는 누가 뭐라해도 박정희 독재시절에 민주화를 위한 학생운동을 해왔고 민변 변호사 출신으로서 노무현과 함께한 민주인사다
독재 정권의 핍박을 받아온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기에 박정희 정권 시대의 정치인들을 포용할 수 있었고 전두환 노태우를 사면하고도 국민들이 어느 정도 이해했던 이치와 같을 수 있다
그러나 안철수의 박정희 참배를 비판한 문재인 지지자로서는 당황되지 않을 수 없다. 가뜩이나 민주야권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 안철수의 행보였기에 박정희 참배에 대한 비판으로 그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취지라 하더라도 문재인의 박정희 참배 공언은 당황스럽다
박정희 참배에 대한 문희상의 난데 없는 제안은 새누리 정권에 약점이 잡혀있는 문희상으로 하여금 대표 당선이 유력시된 문재인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정치 작업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일게 한다. 당 지도부에 대한 온정적이고도 유약한 것이 단점이 되고 있는 문재인 의원이 이 같은 상황에 걸려든 가능성이다
그러나 그렇게 보기에는 문재인의 의지가 너무나 강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결정되기까지의 배경은 무엇일까?
가장 유력시되는 것은 보수정권에게 적용되어야할 국민통합의 노력, 즉 생각이 다른 이들을 포용한다는 자세를 야당이 먼저해야한다는 불필요한 자신감일 것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여권을 혼란케하는 허허실실 전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할 때 박근혜의 광폭 행보에 당황스러워했던 야당의 심정이 여당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계산일 것이다. 그 당시 필자도 박근혜 후보의 광폭 행보에 위기감을 느낀 것을 감안하면 이해될 수 있다. 안철수가 아닌 문재인이기에 가능하다는 생각일 것이다.
두번 째의 이유를 추정한다면 국제시장 영화를 관람한 문재인 의원이 국제시장 영화의 흥행에 발맞추는 적절한 시기라는 점에서 선택한 광폭 행보가 아닐까라는 것이다. 국제시장 관람의 문재인 이후 문재인의 지지도가 상승했다는 판단이 아니냐는 것이다
세 번째의 이유는 안철수에 대한 배려이다. 문재인의 지지자를 비롯해 수 많은 야권 지지자들이 안철수의 행보를 비판하지만 문재인에게 안철수는 단일화의 내막이 어떠했든 후보직을 양보해준 고마운 사람이다.
문재인의 인품을 볼때 서로 경쟁해야할 관계임을 잊지 않으면서도 안철수와의 대립을 할 수 없으며 박정희 참배 논란 때부터 곤혹을 치룬 안철수의 응어리를 문재인 스스로 풀어주는 배려일 수 있다. 그러나 문재인의 이런 모습은 여전히 안철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해 차후에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하여 우려스럽다
네 번째의 이유로 추정되는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DJP 연합 형태를 반복할 수 없을지라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가 김종필과의 연합에 있다고 진단한 이후로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는 DJP 연합이 아니라 이인제의 탈당 출마에 기인했음을 알아야 한다. 오히려 이인제의 500 만표 획득은 DJP 연합 때문일 수 있다.
당시의 이인제는 김대중, 김종필, 이회창에 비해 젊은 이미지였다. 실제로 이인제 유세장 모습을 필자가 본 적이 있었는데 젊은 여성들과 학생들의 환호도 상당했다.정치적 철학 기준으로 이인제 아닌 김대중을 찍었던 필자의 경우는 드물 것이다
이인제가 얻은 500 만표 중에서 적어도 300만 표는 5년 후의 선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투표했다고 생각한다면, 이인제의 본색을 확인한 이후 옮겨간 노무현 표라고 생각한다면 DJP 연합이 아닐 경우 더 많은 표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경우에도 물론 이회창 이인제의 분열에 따른 승리다.
이렇듯 박정희 참배를 공언한 문재인의 결정 배경에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지만 설사 국민통합을 위한 광폭 행보의 방편으로 박정희 참배가 필요다고 인정하더라도 "박정희의 과오가 많지만 아픈 역사도 역사다. 참배하겠다"는 등의 담대한 언어가 되어야 했다.
정치인의 한마디 한마디가. 더욱이 당 대표로서의 한마디 한마디가 신중해야 하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주지 않기 위함이며 정치인들에게 지지자의 멘붕은 정치인의 치명적 결함이 됨을 알아야 한다
더욱이 박정희 참배 여부 논란은 박근혜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논쟁이다. 박근혜가 아니었으면 박정희 참배 하니 안하니의 논쟁 자체가 불가능했다. 독재자에 대한 참배 거부는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독일의 나찌 후예들이 박근혜처럼 대선후보가 되고 히틀러를 참배하냐 안하냐로 싸운다면 우리 또한 독일의 정치 상황을 우습게 볼 것이다. 그러므로 박정희 참배 여부는 논쟁 자체가 안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되었나. 종편들의 진영 논리 때문이다. 박근혜 후보가 봉하마을 행로로 참배했으니 문재인도 그렇게 해야한다는 천박한 진영논리다. 박정희 이승만이 아니라 최규하라면, 또는 김영삼이라면 참배할 수 있다. 그러나 박정희 이승만 참배는 논쟁조차 될 수 없는 히틀러 참배와 같다.
선거 전략상 특히 야당은 평상시에는 당의 정체성을 지키고 대선에서 외연을 확대하는 유연성이 보여야 한다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므로 문재인의 이 같은 결정은 선거공학적으로도 거꾸로다.
문재인에게 보내는 이 같은 호소를 어디에서 해야할 지도 문제이다. 문재인의 블로그에 올려봐도 소용이 없다. 개인 홈페이지라 거기에도 쓸 방법이 없다. 민주당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려봐야 어느 정치인이 체크하겠는가. 문재인 홈페이지도 없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글을 쓰고 드나들었던 서프는 이미 반노 반문 게시판으로 소문나 문재인 보좌관이라도 보지 않을 것이다
유일하게 그와 소통하는 길은 트윗 뿐이다. 그러나 트위터는 문재인의 일방적 의견 쓰기다. 댓글란도 한정되어 있는 트윗이다.
문재인 당 대표님, 도대체 어디에서 당신과 대화할 수 있습니까? 수 많은 정치웹진의 글을 읽기라도 합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는 노하우라는 홈페이지가 있었습니다. 게시판의 논쟁과 소통도 활발했습니다. 노무현의 생각을 자세히 알 수 있는 홈페이지였습니다. 다른 정치인들과 다르게 방문하는 지지자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모습의 정성이 남달랐습니다. 방문자들의 의견을 일일히 챙겨보고 있구나 느낄 정도로 홈페이지 방문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노무현이었습니다
문재인 당 대표님, 당신은 지금 그때의 노무현 만큼 소통하고 있나요? 트윗에 의견하나 올리면 소통입니까? 들어셔야죠, 왁자지껄 게시판을 두려워하지 말고 담대하게 수렴하는 소통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문재인의 진정한 지지자는 문재인에 대한 애정어린 쓴소리도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애정어린 비판은 문재인 반대자의 저열한 비난을 막는데도 유용합니다. 그러한 소통장이 될 수 있도록 게시판을 만드시고 들으셔야 합니다.
책임이 수반되는 당 대표가 되셨기에 애정어린 비판의 끈을 놓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