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여행은 끝났다 (펌)

vicsteel 2005. 7. 5. 21:25
지독한 여행>을 하고 싶었다.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갈 때 까지 가 보는, 행여 길 위에 지쳐 쓰러져 잠이 드는 수가 있다 해도 그 끝 까지 가보는 그런 여행을 하고 싶었다.

그러지 못했다. 때로는 무서웠고 때로는 힘에 부쳤다.

길 위에 자유와 해방을 꿈 꾸었지만 떠나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이 길 위에는 자유와 해방 뿐만 아니라 외로움과 무기력 그리고 우울과 불안도 함께 똬리를 틀고 있다는 것을..

아이들 처럼 신이나 뛰어 다닌 적도 있었고 혼자 허름한 여인숙에서 몇일 간 웅크리고 있던 적도 있다.

사랑에 빠진 적도 있고 누군가를 미워한 적도 있었다.

굽이굽이 휘어지는 아득한 길을 꾸역꾸역 걸은 적도 있고 그 길이 너무 아득해 주저 않아 한 참을 쳐다보다가 다시 돌아온 적도 있다.

안개가 낀 푸른 새벽길 내가 참 자유롭구나 하고 감상에 젖어 눈물을 흘린 적도 있고 도대체 내가 여기 왜 있는지 몰라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

누군가의 따뜻한 친절에 의지한 적도 있고 멱살을 잡고 드잡이질을 한 적도 있다.

길 위에서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났으며 또 쉽게 잊혀졌다.

<여행은 끝났다>

몇 일간 해주는 밥을 먹고 TV 앞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물끄러미 화면을 쳐다보며 피식피식 웃기도 했고 하루에도 몇 번씩 잠에 들기도 했다. 이러다 배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거울 앞에 서 보기도 하고 이 수염을 밀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쓸데없는 고민을 하기도 한다.

휴대폰을 마련하고 외출할 때 입을 옷가지를 사고 신발과 가방을 산다.

떠나기 전에 맡겨둔 짐을 확인하고 몇 개의 서류를 만들고 신분증을 바꾸고 또 살 집을 구해야 한다.

오래된 친구한테 연락이 오기도 한다. 만난다.
그들은 뭔가가 바꼈는지 눈치를 살필 것이고 눈치가 빠른 이는 아무것도 바뀐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안도의 한숨을 내 쉴지 모른다.

술에 취해 비틀거릴 때 아득한 사막이 잠깐씩 스쳐가기도 하지만 그 뿐이다.

어느 소설가의 후기처럼 <담배 같은>글과 사진을 찍고 싶었다.

한 번 맛을 들이면 어디서나 쾌쾌한 냄새를 풍기는, 아니 중추신경에 덕지덕지 달라 붙어 적당히 현실을 마비시키는, 나아가 카드빚이라도 얻어 배낭을 싸게 만드는 그런 글과 사진을 찍고 싶었다.

그러지 못했다.

그런 것이 가능한지 모르지만 또 가능하다 해도 건방지기 그지 없지만 이 글이,

모든 <도망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읽혀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