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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새정치민주연합이 새누리당을 결코 이길 수 없는 이유

vicsteel 2014. 6. 10. 19:32



6 · 30 지방선거에 대한 분석은 가급적 더 이상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계속해서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상황을 견디기가 쉽지 않다. 영화배우 소피아 로렌은 "실수란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해 내야 하는 일종의 과외비"라고 했다. 야권은 거듭해서 꾸준히 '과외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가?'라고 묻는다면 뭐라 대답할 수 있을까? 지금처럼 '과외비'를 열심히 내기만 하면 '충만한 삶'이 오긴 오는 걸까?


이번 지방선거는 '세월호 분노 vs 박근혜 구하기'의 한판 승부였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야권은 '세월호 분노'를 투표로 이끌어내지 못했고, 여권은 '박근혜 구하기'를 투표로 직결시켰다. 이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에 기인한 것일까? 우리는 그 차이가 무엇인지 알아야만 한다. 그래야 비싼 과외비를 치른 채 허탈한 성적표를 받아보는 이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다. 물론 그 정답을 안다고 해서 달리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만큼 그 차이는 결정적이고, 극복할 수 없는 영역이다.



정치는 이성의 영역일까, 감성의 영역일까? 유권자들이 이성적인 판단에 근거해 투표에 임할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이상적이겠지만, 애석하게도 정치는 여전히 감성의 영역인 것 같다. 이는 곧 '이미지 정치', '연출 정치'가 여전히 매력적인 방식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좋은 공약보다 잘 직힌 사진 한 장의 위력이 더 센 법이다.


지방선거 막판에 새누리당은 1인 시위 카드를 꺼내 들었다. 새누리당의 지도부는 '도와주십시오'라는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SNS를 비롯한 인터넷에서는 이러한 새누리당의 1인 시위를 조롱했고 비아냥댔다. 배우 김의성 씨는 거친 말을 통해 김무성 의원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사람들은 그에 반응해 낄낄거리며 좋아했다.



선거 하루 전 날, 손수조 새누리당 사상구 당협위원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500배 유세 사진을 게시했다. 물론 트위터에서는 '손수조의 애늙은이스러움'에 대한 조롱이 잇따랐다. 저런 유세 방식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제 저것은 '구태 정치'라고 확정지었다.


하지만 정말 그러했나? 여권이 살아남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면서 필사적으로 매달릴 때, 정작 야권은 위기를 감지하지 못했다. 이는 새정치민주연합뿐만 아니라 진보 정당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며, 우리 자신들에게도 적용되는 말이다.


필자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설령 위기를 감지했던들 새누리당처럼 저런 '짓'까지는 하지 못했을 것이라 단언한다. 새누리당의 '도와주십시오' 1인 시위, '대통령을 지켜주세요'와 같은 선거 유세는 '후안무치'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당할 것이다. '낯짝이 얼마나 두꺼워야 저럴 수 있을까'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그런 '짓'을 하고야 만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새누리당'인 것이다.



- <뉴시스>에서 발췌 -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필자의 견해에 동의할지는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권)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철저한 엘리트들이다. 김한길 · 안철수 대표뿐만 아니라 문재인 의원을 비롯한 소위 친노 세력도 마찬가지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의 지도부가 비판을 받는 것은 선거를 지나치게 '조용히' 치렀다는 것이다. '가만히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친노가 선거를 지휘했다면 달랐을까? 필자는 큰 차이가 없었으리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의원이 과연 새누리당이 했던 것처럼 '도와주십시오'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할 수 있었을까? 지난 2013년 1월 대선 패배 직후 민주당은 비상대책위를 구성했고, 문희상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회초리 민생투어'를 기획한 바 있다. 물론 이를 두고 '정치 쇼'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국민들은 그래도 민주당이 뭔가를 한다고 평가했다.



앞서 정치가 여전히 감성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고 말한 것처럼, 대한민국 유권자들은 저런 '짓'까지 하는 새누리당에 동정표를 던진 것이다. 정성스럽게 만든 정책과 공약보다 '사진 한 장'의 위력이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한다. 반면, '세월호 참사를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는 당위에 갇혀 야권은 제대로 된 선거전을 펼치지 못했다. 그것이 '인간의 도리'이자 '진정한 의미의 정치'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점잖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답답했다. 이는 유권자에 대한 믿음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보면 유권자에 대한 과대평가이기도 하다. 곧 7 · 30 재보선이 치러진다. 그 이후에도 무수히 많은 선거들을 치러야 한다. 새누리당은 이번에도 그랬듯이 다음에도 그럴 것이다. 그들은 이기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할 것이다.


이기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것을 용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여전히 유권자들의 정치 수준이 '도와주십시오'와 같은 이미지 정치에 솔깃하는 데 머물러 있다면, 야권도 선거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고민을 해봐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구태 정치'가 먹히는 사회에서 계속해서 '도도한 자태'를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인 일일까?



P.S. 이 글이 대한민국 정치와 유권자를 비하하는 것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혹,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렇다.' 그 어떤 구체적인 내용도 없이, 그저 '도와주십시오', '대통령을 도와주세요'라는 선거 구호가 먹히는 국가가 정상적이라고 말할 순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 내용을 떠나서 새누리당이 보여준 선거 전략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다. '쟤네들은 정말 열심히 한다. 측은하다. 도와줘야겠다'는 마음이 들게끔 했다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 야권은 통렬한 반성이 필요할 것이다.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


출처 : 경제
글쓴이 : 어소뷰둘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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