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여행지](25)‘남방의 실크로드’ 차마고도 | ||||
입력: 2007년 07월 19일 09:34:19 | ||||
북방에 실크로드가 있다면 남방에는 차마고도가 있다. 7세기께부터 험준한 산맥과 협곡을 따라 형성된 차마고도는 티베트와 중국 남방을 연결하던 교역로였다. 차와 소금이 필요했던 티베트 사람들이 물자를 받아들이기 위해 자연스럽게 생기기 시작한 길은 점차 교역이 확대되면서 서로 다른 문화를 교류하는 역할도 겸하게 된다. 길은 티베트 고원을 넘어 멀게는 네팔, 부탄, 인도, 아프가니스탄까지 이어졌다. 즉, 중국 남방에서 시작한 길은 티베트를 거쳐 남아시아로 이어졌던 셈이다.
여행자들 사이에 꿈의 길로 통한다 세월이 흘러 차마고도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다만 티베트를 여행하려는 골수 여행자들 사이에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회자될 뿐이다. 차마고도는 윈난성(雲南省)의 최남단에 해당하는 시솽반나(西雙版納)에서 시작해 쿤밍(昆明)과 리장(麗江)을 거치지만 여행자들에게 차마고도의 시작은 샹그릴라로 불리는 중뎬(中甸)이다. 한때는 티베트 땅이었으나 중국이 점령하면서 윈난성에 편입돼버린 티베트 땅의 동쪽 끝이다. 중국에 의해 현대적인 도시로 시가지가 변모했다고 해도 작은 포탈라로 불리는 숭쩨링 곰파(Sungtseling Gompa·중국식 명칭 송짠린쓰 松찬林寺)를 보고 있노라면 이곳이 티베트 땅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더구나 해발 3000m를 훌쩍 넘는 고도로 인해 고산증세가 나타나기라도 한다면 하늘과 가까운 다른 세상에 와 있음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중뎬의 여행자 숙소에 가면 티베트의 수도인 라싸로 가려는 외국 여행자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용감하게 라싸로 가는 길을 떠나지 못한다. 중띠앤에서 라싸까지 거리는 1500㎞이지만 개별 여행자에게 여행을 허가하지 않는 중국 정부의 정책 탓에 웬만큼 통큰 여행자가 아니라면 불법으로 힘든 길을 가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뎬에서 라싸까지 육로로 가기 위해서는 네 가지 허가를 받아야 한다. 티베트를 여행하려는 외국인이면 모두 받아야 하는 티베트 입경 허가서를 포함해 중국 군사령부 작전처에서 발급해 주는 군사지역 여행 허가증까지 다양하다. 그나마 팀을 구성해 단체로 허가를 받아야 하고 지프와 운전기사를 구해야 하는 탓에 여행경비는 비행기를 타는 것보다 3배나 비싸진다. 운좋게 허가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양쯔강의 상류인 진샤강(金沙江), 메콩강(Mekoing River)으로 더 유명한 란창강(瀾滄江) 그리고 살윈강(Salween River)으로 불리는 누강(怒江) 등이 협곡을 이루는 험준한 산악 지형을 차로 달리기는 쉽지 않다. 세월은 흘러 21세기에 도달해 있고, 중국의 힘은 어느덧 험준한 산길을 포장하기 시작했지만 오지 여행에 익숙하지 않다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때론 2000m 아래 낭떠러지 협곡을 사이에 두고 아슬아슬하게 만들어진 비포장 길을 지나야 하고, 때론 홍수로 인해 무너진 길이 뚫리기를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하루에도 두 번씩 4000m가 넘는 산길을 올라야 하고, 심지어 한나절 동안 해발 2000m를 차로 내려가는 아찔한 경험도 해야 한다. 쉼 없이 밤낮을 달리면 4일 만에 티베트의 라싸에 도착할 수 있지만 차마고도는 분명 서둘러 가서는 안 될 길이다. 중뎬에서 라싸까지 1500㎞를 달린다 중뎬을 떠난 차는 윈난의 마지막 도시 더친(德欽)으로 향한다. 고원의 초원을 지나 산허리를 연속해서 휘감는 길을 지나고 있노라면 산을 오르지 않고도 산 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익숙하지 않은 풍경은 우리가 봐 왔던 산 아래 세상과 너무도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일까? 차를 타고 가기도 힘든 길, 산 속 어딘가에는 사람들의 흔적이 보이고 그 곳에서는 어김없이 사원과 승려들을 만날 수 있다.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에서 떠들던 지상의 낙원인 샹그릴라가 존재한다면 아마도 윈난 끝자락과 티베트의 접경쯤이 아닐까? 분명 눈앞에 펼쳐진 현실의 세상이지만 몽롱한 꿈을 꾸고 있는 듯한 비현실적인 풍경들이 연속해 펼쳐진다.
마캄을 지나 조강, 파소, 포미, 라웍, 닝트리를 지나는 동안 주변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숨겨진 비경에 감탄이 절로 날 것이다. 특히 노란 유채꽃이 핀 6월,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을 바탕으로 어우러진 짙은 노란색의 대비는 가슴 벅찬 감동으로 다가오기까지 한다. 길이 아름다울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곳.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차마고도. 그 길의 끝에는 티베트의 수도 라싸가 있다. 라싸는 단순한 수도가 아니라 티베트의 모든 순례자들이 궁극적인 목표로 삼는 곳이다. 자신의 땅을 떠난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에 없지만 티베트인의 종교적인 삶은 지금도 변함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차를 타고 1주일이 걸린 길을 티베트 순례자들은 1년이 넘게 더위와 추위와 맞서며 오체투지로 넘었을 것이다. 그들은 오늘도 티베트 사원의 심장에 해당하는 조캉 앞에서 추위와 상관없이 땀방울을 흘리며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여행정보 차마고도는 중국의 쓰촨(四川)과 윈난(云南)에서 연결된 두 개의 길로 구분된다. 쓰촨에서 연결된 길은 천장공로(川藏公路·Sichuan-Tibet Highway), 윈난에서 연결된 길은 전장공로(전藏公路·Yunnan-Tibet Highway)라 불린다. 2140㎞에 이르는 천장공로 전 구간을 여행하기는 힘든 편이라 중뎬(中甸)에서 전장공로를 타고 가다가 망캄(芒康)에서 천장공로를 따라 티베트 라싸까지 가는 게 일반적이다. 국제선 항공은 한국에서 윈난의 쿤밍(昆明)과 쓰촨의 청두(成都)까지 드나든다. 쿤밍에서는 하루 1~2회 중뎬까지 국내선이 운항된다. 육로를 이용한 차마고도 여행은 여행허가를 받아 지프로 여행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여행허가와 차량 대여 등 경비가 만만치 않은 것이 단점이다. 개별 여행자의 경우 여행 허가 없이 중뎬에서 출발하는 라싸행 침대 버스를 타기도 한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개인 여행자에게는 허가가 나지 않는 지역이라 기사에 의한 탑승 거부는 물론 공안의 검문에 발각당할 수도 있다. 힘든 길인 만큼 여행자들의 도전은 계속되어 왔고, 허가를 받고 안 받고는 전적으로 여행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최근 들어 허가 없이 대중교통으로 라싸에 입성하는 여행자들이 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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